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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반대 촛불집회' 사회자로 명성 날린 배우 권해효

정치DoAll의소리 (urid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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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4.21 14:46
"'이라크 파병 · 대통령 탄핵 철회'로
16대국회, 마지막 대국민 서비스해야"
[인터뷰] '탄핵반대 촛불집회' 사회자로 명성 날린 배우 권해효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지은/권우성(Luna) 기자

▲ 배우 권해효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인터뷰를 하면 통상 막바지에 이런 질문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배우들의 경우 보통 이런 답이 돌아온다. "○○작품에 출연할 예정이에요."

그런데 신임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상대로 호주제 폐지를 홍보하겠다고 답하는 배우가 있다.

바로 권해효(38)씨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호주제 폐지 홍보대사이면서 '안티조선'을 선언한 영화배우. 거기에 젊은층 투표참여 운동에 청소년들의 자치활동 단체인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활동까지 열심이다.

'탄핵 정국'에 들어서 권씨는 국민들에게 '탄핵무효 촛불집회 사회자'로 각인되기도 했다. 지난 달 13일 이후 광화문에서 대규모 탄핵무효 촛불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그는 어김없이 최광기씨와 함께 무대를 지켰다.

무대에서도 무대 밖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그는 배우이자 '운동가'이다.

'탄핵무효와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이 지난 17일 행사를 끝으로 그간의 탄핵무효 촛불행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탄핵무효 촛불행사에서 더 이상 '사회자 권해효'의 모습을 보기는 어렵게 됐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무대 아래에서 자원봉사 했던 시민들이나 무대 위에서 사회를 봤던 나나 그 순간에는 모두 같은 심정이었을 겁니다. 사회를 보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시민들 사이에 끼어서 촛불을 들고 있었겠지요. 특별한 일을 한 게 아닙니다."

배우로서 드물게 지난 2001년 '안티조선 영화인 선언'을 한 이유에 대해서도 똑부러진 소신을 밝혔다.

"우리 생활환경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정치의 역할이 가장 크지 않나요? 그런데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게 여론이고 여론을 이끄는 게 언론입니다. 그러니 언론이 바로 서지 않고서 어떻게 정치와 시민 사이에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질 수 있겠습니까."

권씨는 약 한달 반 간의 회기를 남긴 16대 국회에도 쓴 소리를 뱉어냈다. 그는 "4년 내내 국민들의 머리에 쥐가 나게 한 16대 국회는 남은 회기 동안 (의원실) 방값을 치르는 의미에서라도 위헌적인 이라크 파병 결정과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철회해야 한다"며 "이것이 16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또한 권씨는 "17대 국회가 소집되면 '호주제 폐지 홍보대사'의 역할을 살려 "새 국회의원을 상대로 호주제 폐지를 적극 설득할 것"이라며 "호주제 폐지야말로 17대 국회에서 시급히 해결되어야할 개혁과제 중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무효 촛불행사는 끝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무대 아래서, 브라운관 밖에서 '호주제 폐지'나 '안티조선'을 외치는 그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듯 하다. 20일 권씨를 <오마이뉴스> 사무실로 초대해 한 시간여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언제부터 시민단체들과 인연을 맺게 됐나.
"지난 96년에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양심수 1일 감옥 체험' 행사에 참여한 일이 있다. 뙤약볕 아래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0.75평의 모형 감옥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가끔 얼차려도 주고 하면서 행사가 진행됐다.

그때 민가협 어머니들은 간수 역할을 맡은 친구들에게 계속 항의를 하거나 달려들어서 가슴을 쥐어뜯으면서 '왜 우리 아들 괴롭히느냐'면서 항의를 했다. 그때 그런 모습들이 특별한 경험이고 기억이었다.

이를 계기로 그해 겨울부터 '양심수 석방을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또 같은 해 여름부터는 전교조 해직 교사들을 지켜봤던 청년들이 커서 만든 '청소년 여름 캠프'에 참여해 연극반에서 연극을 가르쳤다. 이 인연으로 지난 해 말에는 '청소년 공동체 희망'을 만들어 같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다 시민사회에서 '안티조선' 선언이 거세게 일던 때인 2001년에 '안티 조선 영화인 선언'에 참여하게 되면서 (무대) 바깥으로 나오게 됐다. 이때부터 (시민사회 단체에) 좀더 가깝게 다가가게 됐다.

단체들에서는 그런 반가움이 있었던 것 같다. '커밍아웃' 수준도 아닌데 '딴따라'들 중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분명한 의견 제시를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이밖에도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여전히 호주제 폐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고 대학 운동단체들에서 부르면 가서 강연도 하고 젊은층 유권자운동도 하고 있다."

- 배우로서는 드물게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결국은 한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여러 일을 한다는 생각은 안 든다. 호주제 폐지 문제나 안티조선운동도 결국은 사회의 차별을 없애보자는 같은 맥락의 운동이다. 호주제도 차별에 관한 문제이고 조선일보도 차이를 인정하기 보다는 알게 모르게 뒤로는 차별을 조장하는 신문이 아닌가.

나는 차이와 차별을 구분 짓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이다. 또하나의 이유는 우리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너희가 사는 세상은 다르게 하기 위해 애썼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 그간 계속 '탄핵무효 촛불행사'에서 사회를 봤는데, 어떤 느낌이었나.
"탄핵무효 촛불행사는 매주 느낌이 달랐다. 첫 광화문 촛불행사인 3월13일 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10만이 넘는 시민이 모여서 화나면 화가 나는대로 정치 연설하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기타 한 대로 무대에 올라와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도 있었다. 그 시간을 지루하다고 느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아스팔트를 지키고 있던 시간이었다.

나는 사실 전문사회자가 아니다. 아마 '사회를 잘 본다, 못 본다' 이런 데 신경을 썼다면 무대에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사회를 잘 보고 못 보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550여개 시민단체가 만든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 범국민행동'에서 많은 시민들이 뜻을 표현할 공간에서 진행해줄 사람 필요하다고 하니 나로서는 시민으로서 당연히 하겠다고 나선, 일종의 '의무'같은 느낌이었다. 그때는 무대 아래에서 손에 손을 잡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자원봉사하는 시민들이나 사회를 보던 나나 같은 심정으로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권해효씨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호주제 폐지 홍보대사이면서 3년째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 여성대회의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한국여성대회에 참가한 권씨의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대중 예술인으로서 정치적 성격이 강한 문화행사에서 사회를 본다는 점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사실 사회는 (최)광기씨가 보고 나는 그냥 그 옆에 서 있었을 뿐이다. 세 번째 행사까지는 솔직히 떨리기도 했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도 항상 최씨에게 '하고 싶은대로 다 해라, 나는 그냥 옆에 있을테니'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배우로서 손해 되는 부분이 있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없다면 거짓말일 거다. 불특정 다수를 위해 연기하는 대중 연기자가 특정 생각과 의견을 표하는 게 득이 될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또 실이 될 것은 무엇인가. 시민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만약 사회를 보지 않았다면 탄핵 정국 때 어떤 일을 했을 것 같은가.
"아마 당연히 아이들 손을 잡고 거리로 나가서 촛불을 들었을 것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던 날도 방송국으로 향하다가 차를 돌려서 여의도 (집회)현장으로 갔다. 그렇게 계속 촬영장과 집회를 오갔다. 그러니 사회를 보지 않았더라도 당연히 시민들 사이에 있었을 것이다."

- 이번 총선 결과는 '조중동'이라 불리는 보수언론에 대한 심판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만큼 언론의 편향보도가 심했다는 지적인데 어떻게 보는가.
"지난 번 대선 결과에 대해서 한나라 당이 승복하지 못했듯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도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여론을) 흔들면 (대통령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많은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우리 가족만 하더라도 '드디어 끊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주변에서부터 그런 변화가 느껴진다."

- 통상 연예인 등 대중문화인들이 언론에 대해 쓴 소리를 잘 하지 못한다. 언론을 적으로 만들면 치명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해효씨는 안티조선 선언 등 자기 목소리를 활발하게 내는 편인데 특별한 배경이 있는가.
"지난 98년에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인물과 사상'을 읽기 시작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 당시만 해도 '실명비판'은 새로운 글쓰기이지 않았나. 더구나 언론개혁과 관련해 강 교수 혼자 싸우다시피한 분위기였으니. 그때부터 언론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또 아이들을 위해서 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교육환경이나 제도를 바꾸려고 해도 정치의 역할이 가장 크다.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게 여론 아닌가. 그런데 여론을 이끄는 게 바로 언론이다. 그러니 언론을 바꾸지 않으면 정치와 시민사이에 정상적인 소통이 이뤄지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 이번 총선의 성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전략적으로는 패했다고 본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역에서는 지지 않았나. '구시대 정치'폭로 정치' 하던 사람들이 물갈이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영·호남의 투표행태를 다 같은 '지역주의'로 싸잡아 얘기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서 지역주의를 벗어나려고 하는 지역과 지역주의를 넘어서 철저히 패권주의로 가려는 지역이 구분되지 않았나? 무척 씁쓸했다."

- 이번 총선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민주노동당의 진출이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에 기대하는 게 있다면.
"국회의 불필요한 권위주의를 깨는 데 앞장섰으면 좋겠다. 17대 국회는 민주노동당의 진출로 권위주의를 깨고 정책 정당으로 나아가는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려스런 부분도 있다. 152석을 가진 여당과 121석을 가진 야당 사이에서 정책을 제대로 끌어낼 수 있을까도 걱정이다. 이를 위해서 불필요한 정치 공세는 자제하고 앞으로 있을 보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더 많은 의석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하는 영화배우 영화감독 등 문화예술인도 많은데 본인의 지지 성향은 어떠한가.
"나는 개혁당의 진성 당원이다. 지금도 다달이 당비가 (계좌에서) 빠져나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내가 당적을 열린우리당으로 옮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혁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의 흡수 통합방식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 전에 당적을 버리는 일이 떳떳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총선 전까지 당적을 유지하고 싶어 그대로 있었다.지금도 어디에 가서 말할 일이 있으면 '개혁당원'이라고 밝힌다."

-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당연히 기각될 것이다. 나는 헌법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법리적인 논의가 필요 없는 게 헌법 아닌가. 일반 국민이 갖고 있는 상식 선에서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해 놓은 게 헌법인데 상식 선에서 맞는 일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일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지 모르겠다. 헌재 역시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인가? 법리적 절차상의 문제라고만 하지 말고 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 17대 국회 개회에 앞서 <오마이뉴스>에서는 네티즌과 함께 '10대 개혁과제'를 선정했다. 개인적으로 17대 국회에 바라는 개혁과제를 꼽아 본다면?
"17대 국회보다는 16대 국회에 바라는 바가 있다. 바로 위헌·불법적인 대통령 탄핵과 이라크 파병 철회다.

특히 이라크 파병은 무척 시급한 문제다. 이것이야 말로 가장 위헌적 결정이었다. 5월말까지 공으로 세비를 받을 텐데 그럴 바에야 (의원실) 방값으로라도 대통령 탄핵과 이라크 파병 문제를 원위치 시키고 16대 국회 마감하는 것이 국민 정신 건강에 도움 주는 일이다. 16대 국회 내내 국민들 머리에 쥐 나게 했으니 이런 '대국민 서비스'라도 하고 끝내야 하지 않겠나.

17대 국회에까지 이 문제가 연결되면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여러 소모적 논쟁이 생기게 될 것이고 민주노동당도 다른 개혁 법안을 잠시 뒤로하고 가장 시급한 이라크 파병 문제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그러니 16대 국회가 어서 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무대 위에서의 권해효와 무대 밖에서의 권해효의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5월부터 새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고 8월 중순부터 10월까지는 연극 공연을 시작한다. '아트'라는 제목의 연극인데 하나의 미술작품을 두고 세 친구들이 벌이는 논쟁을 다룬 작품이다. 친구 사이라면 한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기대와 배신감, 반목, 질투가 뒤섞인 재밌는 얘기다. 무대 밖에서는 17대 국회가 소집되면 본격적으로 새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호주제 폐지'에 대해 '명함'을 내밀고 설득해볼 생각이다(웃음)."

▲ 3월 27일 '탄핵무효 촛불집회'에서 사회를 맡은 권해효, 최광기씨가 무대 위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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