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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간 앞둔 시애틀 P-I, 그리고 생각해보는 조중동의 미래

국제권종상 (jongsang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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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1
  • 2009.01.12 07:45
시애틀을 비롯한 워싱턴 주 서부 지역에 폭설에 이어 느닷없는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큰물이 졌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홍수의 피해를 봤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듣는 라디오 뉴스가 영 흉흉합니다.
 
상업용 및 군용 비행기를 제작하는 보잉사는 시애틀 지역 경제를 끌고 가는 가장 커다란 회사입니다. 2차대전때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떨어뜨려 전쟁을 종전시킨 것 역시 보잉사에서 만들어낸 중폭격기들이었습니다. 이들이 현재 지역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며, 지역 주민의 적지 않은 수가 보잉에서 일합니다.
 
그런데, 시애틀 지역의 경기를 끌어가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진 이  '보잉' 회사가 무려 4천 5백명을 감원한다는 이 소식은, 그러잖아도 바닥을 기고 있는 시애틀 경기에 또한번 찬바람을 불러올 것이 분명합니다.
이번에 감원되는 인원들은 대부분 상업용 항공기 부문의 관리자급들이라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연초부터 시애틀은 뒤숭숭합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는 세계 어디든 그냥 지나가는 지역이 없는 성 싶군요. 
 
보잉과 마찬가지로 지역 경기에 영향이 큰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소식도 우울합니다. 이 회사가 레이크 유니언 인근에 새로 만들려 했던 다운타운 비즈니스 센터 건을 포기했습니다. 이 회사는 또 올해 일단 신입사원 충원을 예년수준의 20% 정도로 줄였거니와, 현재 인원들에서도 감원을 고려중이라는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10년 가량 기자생활을 통해 글밥을 먹어 온 제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충격이 되는 소식은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 신문의 종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지역 신문으로 146년간 운영되어 온 신문이 광고 부족으로 인한 경영악화로, 결국 앞으로 두 달 이내에 새 구매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폐간한다는 소식입니다. 잘 하면 이 신문사가 온라인 신문으로만 남을 수는 있겠으나, 그것만으로는 이 신문이 갖는 권위가 서지 않을 것이고, 시애틀 지역의 신문으로는 '시애틀 타임즈'만 유일하게 남게 될 것입니다.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젠서(이하 P-I) 는 현재 신문재벌인 허스트가의 소유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갑작스레 폐간 예고를 함으로서, 기자들과 직원들은 물론 독자들까지도 뭔가 배신당한 기분이 들고 있습니다. 저는 P-I 보다는 시애틀 타임즈 쪽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신문 두 개중 하나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서 이번 경제공황의 타격을 그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국지 개념의 신문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USA Today 라는 신문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것은 정론지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뉴스만 전해주는' 신문에 불과합니다. 시애틀 지역의 신문 가판대에서도 USA Today 를 찾기보다는 시애틀 타임즈나 P-I 를 찾는 사람들이 당연히 많기 때문에 당연히 작은 그로서리들에서도 취급하는 신문은 이 두 종류의 시애틀 중앙지에 해당지역의 타블로이드판 지방지 등일 뿐입니다. 그나마 지방지들은 매일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두세번 나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 지역의 '중앙지' 역할을 하는 신문은 위의 두 개일 뿐입니다. 물론, 뉴욕 타임즈나 월 스트릿 저널 등의 중앙지가 이 지역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가판이 아닌 메일 시스템을 통해 배달되고 있어 종이신문이 가져야 하는 속보성에서는 지역 신문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사실 P-I 가 겪었던 경영난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인터넷을 비롯한 현대적 매체들의 등장은 신문이 설 자리를 더욱 좁혀 왔으며, P-I 가 시애틀 타임즈와의 일요판 공동제작 등을 통해 살아오려 애썼던 것은 이 지역 신문쟁이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경제한파는 이 신문의 숨통을 끊어놓은 셈이 되는 것입니다. 이 신문의 모회사인 허스트는 2008년 한해동안만 이 신문이 1천 4백만달러의 적자를 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혹여 이 신문이 온라인판으로만 살아남는다고 해도, 이 경우 전직원중 계속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 소식이 전해지자 뉴스룸에 서 있던 기자들의 침묵이 10분이나 계속됐으며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소식도 전해집니다.
 
문제는 이 신문을 사겠다고 나서는 원매자가 아무도 없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뉴욕 타임즈같은 대신문사의 경우도, 직원들의 봉급을 주기 위해 자사 소유의 건물을 담보로 해 거액의 대출을 받은 상태이고, 시카고의 대신문사인 트리뷴 역시 매각의 위기에 놓였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거대 신문사들도 이같은 시대의 조류에 결국 떠밀려가고 마는 지경이 됐습니다.
 
글쎄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의 '메이저 대신문'들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 종이신문의 미래가 사실은 이번 경제위기로 인해 더 빨리 닥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지금껏 신문은 라디오와 TV의 도전에도 계속해 살아왔습니다만, 인터넷을 통한 개인간의 소통이 실시간 단위로 가능해지고, 이른바 1인미디어가 생생한 현장중계를 통해 이슈가 되는 사회적 사건들을 보도하면, 이를 그대로 컴퓨터를 통해 볼 수 있는 세상에서, 이 종이신문들이 아직도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서, 저는 지금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우는 보수언론들이 한국에서 미디어법 개정을 통해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것이 자기들의 사라져 가는 밥그릇 대신 새로운 밥그릇을 챙기겠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비교적 진보적인 시각을 띨 수 밖에 없는 인터넷과 방송의 색깔을 바꾸겠다고 하는 요즘의 작태들은 그 사전정지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는, 미네르바의 체포와 각종 공안관련 이슈들의 부활 등, 이들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작업을 통해 아예 한국의 진보 자체를 막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조금은 황당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야 그 사라져갈 '종이신문'의 존재 이유와 기간도 조금 더 늘어날 테니까 말이죠.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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